내가 읽은 시

누에 - 김선향

공산(空山) 2021. 4. 7. 08:26

   누에

   김선향(1966~ )

 

 

   새벽

   변두리 공중목욕탕

   어스름

   한가운데

   플라스틱 바가지를 베고

   바닥에 모로 드러누운

   누에 한 마리

 

   굽은 마디들

   듬성한 백발

   노역에 닳은 몸은

   자루 같은 가죽만 남아

   마지막 뽕잎을 갉아 먹고

   영원히 잠들었네

 

   환기통으로 날아오르는

   새하얀 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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