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동부도서관에서

공산(空山) 2020. 11. 21. 12:35

요즘엔 매주에 한 번씩 동부도서관에 가서 두 시간 정도 공부를 하고 있다. 문학 평론가이기도 한 김상환 시인의 '삶이 시가 되다'라는 강좌에 출석하여 수준 높은 강의를 듣는 것이다. '평생교육강좌'의 일환인 이 프로그램은 봄부터 열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몇 번이나 연기되다가 결국 전반기에는 취소되었고, 겨우 후반기에야 열리게 되었다. 그것도 12주가 10주로 축소되어서. 이마저도 지금 다시 확산세에 있는 코로나 상황으로 보아 끝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내가 김상환 시인을 처음 뵌 것은 3년쯤 전 '턱밭시인학교'에서 발간하는 문집인 '텃밭시학' 출판기념회에서였다. 그 자리에 초청된 시인은 단상에 올라 총평을 하시면서 졸시 '구름의 뿌리'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을 하셨고, 그날 식사 자리에서 인사를 드린 것, 그것이 전부였다. 그 후 최근에 내가 시집을 내기로 하고 나서 시집의 해설을 써 주실 것을 이메일을 통하여 정중히 부탁드렸고, 시인은 다른 원고를 쓰시느라 바쁜 가운데서도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그래서 며칠 후엔 멋진 해설이 실린 나의 첫 시집이 나올 예정이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이곳 동부도서관까지 이어진 것이다.

 

짧은 강의 시간이지만, 여남은이 되는 수강생들과 함께 나는 여기서 일찍이 하지 못한 문학적 체험을 하고 있다. 동서고금의 시와 시론과 문학론은 물론이고 음악, 미술, 철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식들을 접하고 있다. 올겨울엔 막스 피카르트, 하이데거, 메를로 퐁티, 옥타비오 파스, 루카치 등등 시인이 강의에서 언급하며 추천하시는 책들도 천천히 읽어 나갈 생각이다. 그리하여 이제부터라도 나의 삶과 문학에 깊이와 향기를 한번 보태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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