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길
함명춘 (1966~ )
또 갈 곳 잃어
떠도는 나뭇잎이랑, 꼭 다문
어둠의 입속에 있다 한숨처럼
쏟아져 나오는 바람이랑, 상처에서 상처로
뿌리를 내리다 갈대밭이 되어버린
적막이랑, 지나는 구름의
손결만 닿아도 와락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별이랑, 어느새
잔뿌리부터 하염없이 젖기 시작하는
풀잎이랑, 한 줌의 흙 한 그루의 나무 없인
잠시도 살 수 없는 듯 어느 결에
맨발로 내려와 둑길을
걷는 달빛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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