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봄편지 - 김상환

공산(空山) 2020. 10. 13. 12:54

   봄편지

   김상환

 

   어머니, 당신의 손을 놓은 지도 벌써 십 수 년이 지났습니다. 꿈같은 세월이 흘러 이 자식도 이제 이순의 나이가 다 되었습니다. 귀가 순해지기는커녕 세상 이치는 여전히 멀고 아득합니다. 며칠 동안 고뿔이 심해 문밖 출입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음양이 서로 반()인 춘분 지나 오늘은 조심스레 문밖을 나섰습니다. 양지바른 언덕엔 잔디가 웃자라고 먼 산을 에돌아 강물이 흐릅니다. 하늘의 두우(斗牛)가 되고 싶어, 소리라도 듣고 싶어 이 땅의 별자리를 돌고 돌아 돌에 새겨진 천부경 여든 한 자를 가만히 입으로 되뇌어 봅니다. 그러다가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쉼을 얻고 보니 등허리가 저리도 따사롭습니다. 낮과 밤인 어머니, 당신의 나라에도 꽃은 피고 봄이 왔는지요. 다음 주말에는 좀 더 멀리 집을 나설 요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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