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무허가 - 송경동

공산(空山) 2020. 8. 8. 10:00

   무허가

   송경동

 

 

   용산4가 철거민 참사 현장
   점거해 들어온 빈집 구석에서 시를 쓴다
   생각해보니 작년엔 가리봉동 기륭전자 앞
   노상 컨테이너에서 무단으로 살았다
   구로역 CC카메라탑을 점거하고
   광장에서 불법 텐트 생활을 하기도 했다
   국회의사당을 두 번이나 점거해
   퇴거 불응으로 끌려나오기도 했다
   전엔 대추리 빈집을 털어 살기도 했지


   허가받을 수 없는 인생

 

   그런 내 삶처럼
   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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