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반딧불이 - 안재찬

공산(空山) 2020. 8. 5. 07:38

   반딧불이

   안재찬



   어머니에게 인사를 시키려고
   당신을 처음 고향 마을에 데리고 간 날
   밤의 마당에 서 있을 때
   반딧불이 하나가
   당신 이마에 날아와 앉았지

 

   그때 나는 가난한 문학청년
   나 자신도 이해 못할 난해한 시 몇 편과
   머뭇거림과
   그 반딧불이밖에는
   줄 것이 없었지

   너무나 아름답다고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해 줘서
   그것이 고마웠지
   어머니는 햇감자밖에 내놓지 못했지만
   반딧불이로 별을 대신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자란 고향에서는
   반딧불이가 사람에 날아와 앉곤 했지
   그리고 당신 이마에도
   그래서 지금 그 얼굴은 희미해도
   그 이마만은
   환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지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허가 - 송경동  (0) 2020.08.08
가라앉은 성당 - 강인한  (0) 2020.08.06
봄밤 - 김정수  (0) 2020.08.02
노래의 눈썹 - 장옥관  (0) 2020.07.28
별들을 풀어줄 때 - 최승호  (0) 2020.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