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안재찬
어머니에게 인사를 시키려고
당신을 처음 고향 마을에 데리고 간 날
밤의 마당에 서 있을 때
반딧불이 하나가
당신 이마에 날아와 앉았지
그때 나는 가난한 문학청년
나 자신도 이해 못할 난해한 시 몇 편과
머뭇거림과
그 반딧불이밖에는
줄 것이 없었지
너무나 아름답다고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해 줘서
그것이 고마웠지
어머니는 햇감자밖에 내놓지 못했지만
반딧불이로 별을 대신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자란 고향에서는
반딧불이가 사람에 날아와 앉곤 했지
그리고 당신 이마에도
그래서 지금 그 얼굴은 희미해도
그 이마만은
환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지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허가 - 송경동 (0) | 2020.08.08 |
---|---|
가라앉은 성당 - 강인한 (0) | 2020.08.06 |
봄밤 - 김정수 (0) | 2020.08.02 |
노래의 눈썹 - 장옥관 (0) | 2020.07.28 |
별들을 풀어줄 때 - 최승호 (0) | 2020.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