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탱자나무 안테나

공산(空山) 2020. 8. 1. 21:13

   탱자나무 안테나

   김상동

 

 

   귀 닫고 눈감고 살 수는 없지

   창 너머 탱자나무 한 그루 심어 두고

   그를 바라보며 살기로 했네

 

   먼 도시의 저녁노을 

   그 아래 짐을 나르고 있을 당나귀들 생각

   천년 문우가 가리키는 달과 별

   쉴 곳 못 찾은 작은 새

   다 여기 와서 깃드네

 

   바람 앞에도 햇살 앞에도

   사정없는 그의 가시들

   이 엄동설한에도 끝내 놓지 않는

   언 귓불 같은 이파리 몇 장

 

   그 푸른 안테나가 있어서

   나는 쓸쓸해지지 않는다네

 

 

   ― 『텃밭시학』5집(2017.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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