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안테나
김상동
귀 닫고 눈감고 살 수는 없지
창 너머 탱자나무 한 그루 심어 두고
그를 바라보며 살기로 했네
먼 도시의 저녁노을
그 아래 짐을 나르고 있을 당나귀들 생각
천년 문우가 가리키는 달과 별
쉴 곳 못 찾은 작은 새
다 여기 와서 깃드네
바람 앞에도 햇살 앞에도
사정없는 그의 가시들
이 엄동설한에도 끝내 놓지 않는
언 귓불 같은 이파리 몇 장
그 푸른 안테나가 있어서
나는 쓸쓸해지지 않는다네
― 『텃밭시학』5집(2017.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