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탈고
김상동
현관 앞 내 키만 한 피라칸타
가지가 휘어지도록 붉은 열매를 달고 서 있었다
전화 한 통 할 데 없는 사람같이
눈 내리던 겨울 아침
작은 새 한 마리 날아와 앉곤 하더니
그의 어깨는 가벼워져 갔다
개나리와 벚꽃의 수다가 시끄러운 지금
남겨둔 열매 한 알, 못다 한 말 한 마디 없어
피라칸타는 가슴이 홀가분하다
이제 얼마나 즐거우랴
돌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며 새잎 피우는 일이
다시 시를 써 보는 일이
― 『대구문학』129호(2017. 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