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그의 탈고

공산(空山) 2020. 8. 1. 21:01

   그의 탈고

   김상동

 

 

   현관 앞 내 키만 한 피라칸타

   가지가 휘어지도록 붉은 열매를 달고 서 있었다

   전화 한 통 할 데 없는 사람같이

 

   눈 내리던 겨울 아침

   작은 새 한 마리 날아와 앉곤 하더니

   그의 어깨는 가벼워져 갔다

 

   개나리와 벚꽃의 수다가 시끄러운 지금

   남겨둔 열매 한 알, 못다 한 말 한 마디 없어

   피라칸타는 가슴이 홀가분하다

 

   이제 얼마나 즐거우랴

   돌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며 새잎 피우는 일이

   다시 시를 써 보는 일이

 

 

   ― 『대구문학』129호(2017.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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