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새들은 체 게바라를 모른다
이건청
칠레의 혁명군 대장 체 게바라가 죽은 후에도 티티새들은 그 숲에서 티티새들끼리 모여 살았다. 정부군 매복조의 AK소총이 일제히 불을 뿜는 총소리에 놀라 잠시 날아올랐을 뿐, 7발의 총탄에 벌집이 된 체 게바라가 지상을 아주 떠난 후에도 티티새들은 티티새들끼리 지저귀면서 맹그로브나무 숲에 날개를 접었다. 빨치산 대장 체 게바라가 죽고 없는 밀림에서 티티새들은 알을 낳고 새끼를 길렀다. 티티새들은 체 게바라를 모른다. 어째서, 의사였던 그가 청진기를 버리고 총을 잡았는지, 반쯤 찢어진 포스터에 검은 윤곽으로만 남은 그가 아직도 뜨거운 불인지, 티티새들은 모른다. 알 턱이 없다.
―『소금 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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