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靑葡萄)
이육사 (1904~1944)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닲은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조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문장》193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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