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염창권 (1960~ )
뒷집 마당에
검은 구덩이 새로 패였다
줄을 서서 배웅하던 나무들
말을 잃고 묵묵히 젖은 산그늘을 끌어 덮었다
담벼락에 나란히 기댄 의자들도
햇볕에 졸던 한쪽 귀를 벌써 어둠에 묻었다
굴뚝에서 거먼 길이
흘러나올 때
다리를 저는 그림자가 잠깐 다녀간 듯
우물가에 체인이 벗겨진 자전거,
녹슬어서
여기까지 온 것만도 애쓴 거라고
눈두덩이 부은 저녁이
길가에 한참 서 있다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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