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꽃이 시드는 동안 - 정호승

공산(空山) 2020. 4. 7. 07:48

   꽃이 시드는 동안

   정호승 (1950~ )

 

 

   꽃이 시드는 동안 밥만 먹었어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꽃이 시드는 동안 돈만 벌었어요

   번 돈을 가지고 은행으로 가서

   그치지 않는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오늘의 사랑을 내일의 사랑으로 미루었어요

   꽃이 시든 까닭을 문책하지는 마세요

   이제 뼈만 남은 꽃이 곧 돌아가시겠지요

   꽃이 돌아가시고 겨우내 내가 우는 동안

   기다리지 않아도 당신만은 부디

   봄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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