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나물 파는 보살 할매 - 전인식

공산(空山) 2020. 4. 1. 11:09

   나물 파는 보살 할매

   전인식(1964~ )

 

 

   얇은 봄 햇살도 머리에 이면 무거운가 보다
   시끌벅적 사람들 소리 요란한 시장 어귀
   한 보따리 봄나물 펼쳐 놓고 고갯방아를 찧는 할머니
   나물 팔 생각은 아예 잊어버리고
   꿈속 극락 미리 다녀오시는 모양이다

   할머니 대신 파릇파릇 눈을 뜨고 있는
   저 봄나물 다 팔고 나면
   늙은 영감 저녁상에 간고등어 한 마리 올릴 수 있을까

   냉이 달래 쑥
   사이소 사이소 외치지도 않고
   마음 다 아는 듯 눈 감고 앉은 모습이 왠지

   경주 남산 바위 속 보살님 걸어 나온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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