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동행 - 도종환

공산(空山) 2020. 3. 19. 10:38

   동행

   ​도종환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아픔일 때

   그 위로 찬바람 불어 거리를 쓸고 갈 때

   혼자 버리기엔 통증의 칼날이 너무 깊을 때

   그 위로 저녁이 오고 어두워질 때

   혼자 견디기엔 슬픔의 여진이 너무 클 때

   그 세월 너무 길어 가늠하기 어려울 때

   큰 눈물이

   작은 눈물을 잠시 안아준다면

   별 하나가 다른 별 하나 불러

   상처의 주위를 따스하게 비춘다면

   먼 길 가다 만난 나무처럼

   지친 몸 기대게 해 줄 푸른 그늘 있다면

 

 

  불교문예 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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