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그래도 봄은 왔다

공산(空山) 2020. 3. 11. 22:49

보수 야당과 언론들이 만날 정부 비판에 열을 올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외신들은 한국의 코로나19에 대한 탁월한 진단 능력과 방역 시스템, 투명한 리더십에 감탄하며 하나같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어제까지 발생한 확진자는 총 7,755(대구 5,794), 사망자는 60명에 이르고 있다. 며칠 전부터는 확진자 수의 증가세가 좀 주춤해졌다고 한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이탈리아, 이란, 일본,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바이러스는 크게 번지고 있다. 전 세계가 난리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봄은 왔다. 무언가 하긴 해야 되는데, 가만히 앉아서 오는 봄을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인데... 그래서 지난주엔 봉무동 뒷산 어귀의 오솔길가에서 겨울을 견디고 파랗게 자라고 있는 돌미나리를 아내와 함께 한 봉지 캐어다 텃밭 둠벙 옆 진 땅에 심었다. 그리고 호두나무, 매실나무, 복숭아나무, 대추나무에 석회유황합제를 살포하고 유박 거름도 주었다.

 

그저께는 앞마당의 돌담 앞에다 아궁이를 만들어 가마솥을 새로 걸었다. 이 가마솥은 몇 년 전에 동쪽 담장 앞에 걸었던 것이지만 지난 겨울에 담장을 허물 때 아궁이도 헐려서 이번에 다른 쪽에다 건 것이다. 솥을 새로 걸 자리엔 10년 전에 심었던 금송 한 그루가 내 가슴 높이 만큼 자라고 있었는데, 캐어서 마당 동쪽 끝에다 멀찍이 옮겨 심었다. 왜냐하면 솥을 걸 자리로 거기만큼 마땅한 곳이 없기도 했지만 금송이 장차 자라면 마당을 너무 많이 뒤덮을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옮기기로 한 것이다. 동산의 황토 찰흙을 파서 손수레에 싣고 와 물에 이겨 벽돌과 함께 아궁이를 만들고, 높다란 쇠굴뚝을 돌담에 붙여 세워 고정시키는 일을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하였다.

 

오늘은 어제 경산묘목단지에서 사 온 체리 묘목 세 그루를 심었다. 라핀 두 그루, 타이톤 한 그루로 모두 신품종인데 가격은 1만원씩이었다. 체리는 원래 자가 수분이 잘 안 되는 유실수이지만 그중에 라핀은 자가 수분이 잘 되어서 별도의 수분수가 필요없다고 했다. 그래도 다른 품종을 함께 키워 볼 겸 서로 수분수 역할을 하라고 타이톤이라는 체리나무를 한 그루 곁들인 것이다. 라핀 한 그루는 마당 돌담 앞 매화 옆에, 다른 두 그루는 텃밭 복숭아나무 옆에 적당한 간격을 두고 심었다. 빠르면 내후년쯤엔 그 새콤하고 달콤한 체리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묘목시장에 진열된 체리 묘목의 종류와 수량을 보고 나는 우리나라도 이제 체리 재배의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봄맞이를 위한 할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마른 고춧대와 토마토 덩굴을 뽑아야 하고, 들깨를 심었던 밭에선 폐비닐을 걷어내야 한다. 콩과 고구마를 심을 밭에는 고라니와 멧돼지가 들어오지 못하게 작년에 사다 놓은 그물로 울타리도 쳐야 한다. 그리고 밭두렁 양지쪽에 지금 막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는 쑥과 머위, 돌나물을 아내와 함께 뜯으며 엄마를 생각해 보는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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