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수종사 부처 - 문숙

공산(空山) 2020. 2. 3. 11:23

   수종사 부처

   문숙

 

 

   절 마당에 검은 바위처럼 엎드려 있다

   한 자리에서 오전과 오후를 뒤집으며 논다

   단풍객들이 몸을 스쳐도 피할 생각을 않는다

   가면 가는가 오면 오는가 흔들림이 없다

   산 아래 것들처럼

   자신을 봐 달라고 꼬리를 치거나

   경계를 가르며 이빨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생각을 접은 눈동자는 해를 따라 돌며

   동으로 향했다 서로 향했다 보는 곳 없이 보고 있다

   까만 눈동자를 따라 한 계절이 기침도 없이 지나간다

   산 아래 세상은 마음 밖에 있어

   목줄이 없어도 절집을 벗어날 생각을 않는다

   매이지 않아

   이곳이 극락인 줄 안다

   지대방을 청소하는 보살에게 개 이름을 물으니

   무념이라고 한다

 

 

   ―문학청춘》 201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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