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
문태준
만일에 내가 지금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
창백한 서류와 무뚝뚝한 물품이 빼곡한 도시의 캐비넷 속에 있지 않았다면
맑은 날의 가지에서 초록잎처럼 빛날 텐데
집 밖을 나서 논두렁길을 따라 이리로 저리로 갈 텐데
흙을 부드럽게 일궈 모종을 할텐데
천지에 작은 구멍을 얻어 한 철을 살도록 내 목숨도 옮겨 심을 텐데
민들레가 되었다가 박새가 되었다가 구름이 되었다가 비바람이 되었다가
나는 흙내처럼 평범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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