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손님이 오고 계신지
최하림(1939~2010)
문호리로 이사 간다는 소식을 듣고 雅山 선생님이 보내주신 매화가 연 이태 눈을 틔운 것으로 그치더니 올해는 동지를 앞두고 꽃들이 활짝 피었다 향기가 복도로 퍼져 나갔다 아내는 층계참에 쭈그려 앉고 나는 창가에 앉았다 바람이 부는지 창밖으로는 구름이 이동하고 또 이동했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나는 청소기로 거실과 복도를 서너 차례 민 뒤 이층으로 올라가 책들을 정리했다 책상 위에 책들을 한 권 한 권 제자리에 꽂고 있는 동안에도 어디 먼 데서 손님이 오고 계신지 마음이 흔들리고 유리창들도 덜커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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