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공산(空山) 2019. 9. 6. 20:08

   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시인과 갈매기1999.

 

 

광화문 광장 교보빌딩에 걸려 있는 시. 원문의 첫 두 행과 마지막 두행만 추려져 있다. 그러고 보니 원문의 가운데 행들은 군더더기 같다. (2019. 9. 5. 어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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