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꽈리 - 김유석

공산(空山) 2019. 8. 26. 06:29

   꽈리

   김유석(1960~ )

 


   발그레한 저 지등紙燈은 누가 밝혔나

 

   매미 울음도 석윳내처럼 밭아가는 팔월 한낮

   느릅나무 그늘에 심지 적시고

   자울자울 조는

 

   그 둘레가 홀연

   옛집 토담처럼 아련하여

 

   문간에 걸면, 섣달그믐

   집 나간 큰 애가 돌아올 것 같고

   풍등風燈을 띄우면

   꽈리 잘 불던 막내의 보조개가 실리고

 

   두 손을 그러모으듯 속을 감싼

   저 빛은

   졸수록 자꾸 아려서

 

   그 여름 홀어미마저 뜨고

   그늘만 남은 집을

   조등弔燈처럼

 

 

    격월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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