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
김유석(1960~ )
발그레한 저 지등紙燈은 누가 밝혔나
매미 울음도 석윳내처럼 밭아가는 팔월 한낮
느릅나무 그늘에 심지 적시고
자울자울 조는
그 둘레가 홀연
옛집 토담처럼 아련하여
문간에 걸면, 섣달그믐
집 나간 큰 애가 돌아올 것 같고
풍등風燈을 띄우면
꽈리 잘 불던 막내의 보조개가 실리고
두 손을 그러모으듯 속을 감싼
저 빛은
졸수록 자꾸 아려서
그 여름 홀어미마저 뜨고
그늘만 남은 집을
조등弔燈처럼
― 격월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9년 5-6.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0) | 2019.09.06 |
---|---|
길 - 정경해 (0) | 2019.08.31 |
천국 - 박서영 (0) | 2019.08.25 |
내 마음속 당나귀 한 마리 - 이홍섭 (0) | 2019.08.13 |
겨울밤 - 이명수 (0) | 2019.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