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산산조각 - 정호승

공산(空山) 2019. 9. 21. 16:39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이 짧은 시간 동안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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