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비켜준다는 것 - 안도현

공산(空山) 2019. 4. 20. 09:02

   비켜준다는 것

   안도현

 

 

   둥굴레 새싹이

   새싹의 대가리 힘으로

   땅을 뚫고 밖으로 고개를 내민 게 아니다

 

   땅이 제 몸 거죽을 열어 비켜주었으므로

   저렇드키, 저렇드키

   연두가 태어난 것

 

   땅이 비켜준 자리

   누구도 구멍이라 말하지 않는데

   둥굴레는 미안해서 초록을 펼쳐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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