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이상국
비가 오면
짐승들은 집에서
우두커니 세상을 바라보고
공사판 인부들도 집으로 간다
그것은 지구가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가 오면
마당의 빨래를 걷고
어머니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고
강을 건너던 날 낯선 마을의 불빛과
모르는 사람들의 수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비는 안 가본 데가 없다
빗소리에 더러 소식을 전하던 그대는
어디서 세상을 건너는지
비가 온다
비가 오면 낡은 집 어디에선가
물 새는 소리를 들으며
나의 시도 그만 쉬어야 한다
* 스져춘의 소설 제목.
―《현대시》201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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