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무덤을 가다
이영춘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보았다
한 줌 바람으로 날아가는 사람을 보았다
지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상은 빈 그릇이었다
사람이 숨 쉬다 돌아간 발자국의 크기
바람이 숨 쉬다 돌아간 허공의 크기
뻥 뚫린 그릇이다, 공空의 그릇,
살아 있는 동안 깃발처럼 빛나려고
저토록 펄럭이는 몸부림들.
그 누구의 그림자일까?
누구의 푸른 등걸일까?
온 지상은 문을 닫고
온 지상은 숨을 멈추고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그릇,
빈 그릇 하나 둥둥 떠 있다
―『노자의 무덤을 가다』 서정시학,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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