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 이상국

공산(空山) 2019. 4. 14. 10:07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이상국

 

 

   비가 오면

   짐승들은 집에서

   우두커니 세상을 바라보고

   공사판 인부들도 집으로 간다

   그것은 지구가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가 오면

   마당의 빨래를 걷고

   어머니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고

   강을 건너던 날 낯선 마을의 불빛과

   모르는 사람들의 수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비는 안 가본 데가 없다

 

   빗소리에 더러 소식을 전하던 그대는

   어디서 세상을 건너는지

 

   비가 온다

   비가 오면 낡은 집 어디에선가

   물 새는 소리를 들으며

   나의 시도 그만 쉬어야 한다

 

 

   * 스져춘의 소설 제목.

 

 

   ―《현대시201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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