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노자의 무덤을 가다 - 이영춘

공산(空山) 2019. 4. 7. 20:17

   노자의 무덤을 가다

   이영춘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보았다
   한 줌 바람으로 날아가는 사람을 보았다

 

   지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상은 빈 그릇이었다

 

   사람이 숨 쉬다 돌아간 발자국의 크기
   바람이 숨 쉬다 돌아간 허공의 크기

 

   뻥 뚫린 그릇이다, 의 그릇,

 

   살아 있는 동안 깃발처럼 빛나려고
   저토록 펄럭이는 몸부림들.

 

   그 누구의 그림자일까?
   누구의 푸른 등걸일까?

 

   온 지상은 문을 닫고
   온 지상은 숨을 멈추고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그릇,

 

   빈 그릇 하나 둥둥 떠 있다

 

 

    『노자의 무덤을 가다서정시학,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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