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복숭아나무를 심고 - 윤영범

공산(空山) 2019. 3. 18. 13:58

   복숭아나무를 심고

   윤영범(1967~ )

 

 

   나무 한 그루 심고 손자놈 이름표 붙여주자며
   아버지가 키 작은 복숭아나무 한 그루 사오셨다.
   왜 무거운 것 들고 다니냐며 역정내는 어머니를 거들며 난 삽질을 한다.
   잘 무른 봄 마당을 한 삽 푸자 까마귀 한 마리 꺼억 하며 소나무 위에서 운다.
   나무를 심고 아버지와 아들과 나와 복숭아나무 이렇게 넷이서 봄볕을 맞으며
   사진을 찍었다.
   새순이 텄으니 이틀이면 꽃이 필 게다.
   나뭇가지에 손자 쪽지명패 걸며
   아버지는 풀어진 흰 머리카락 추스르고 꽃처럼 웃었다.
   사진에는 눈물이 안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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