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심야식당 - 박소란

공산(空山) 2019. 3. 16. 17:29

   심야식당

   박소란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충무로 진양상가 뒤편 

   국수를 잘하는 집이 한 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약속도 없이 자주 왁자한 문 앞에 줄을 서곤 했는데 

   그곳 작다란 입간판을 떠올리자니 더운 침이 도네요 아직 

   거기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맛은 그대로인지 

 

   모르겠어요 

   실은 우리가 국수를 좋아하기는 했는지 

 

   나는 고작 이런 게 궁금합니다 

   귀퉁이가 해진 테이블처럼 잠자코 마주한 우리 

   그만 어쩌다 엎질러 버린 김치의 국물 같은 것 

   좀처럼 닦이지 않는 얼룩 같은 것 새금하니 혀끝이 아린 순간 

   순간의 맛 

 

   이제 더는 

   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혼자 밥 먹는 일 

 

   형광등 거무추레한 불빛 아래 

   불어 선득해진 면발을 묵묵히 건져 올리며 

   혼자 밥 먹는 일 

 

   그래서 

   요즘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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