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아라리, 당신
우대식(1965~ )
마음의 회랑 안쪽에
긴 휘장을 친다
다시 비가 내리고 또 눈이 내린다
그 휘장 아래를 걸으면
밑도 없는 물길, 끝도 없는 산길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내 슬픔이 무엔가 생각할 즈음
당신에 대해 생각한다
왜 그렇게 천천히
굽이굽이 적막강산에 서 있는가
비는 여전히 내리고
긴 휘장에 앉아 한 마리 짐승처럼
온몸을 웅크린 채
소금 사러 가던 먼 길과
석탄으로 몸을 씻던 내[川]와
그런 길과 그런 내에서
당신을 기다리던
배가 고팠던 저녁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