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캐고 나서 거름과 비료를 뿌려 다시 이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워 두었던 밭에다 그저께는 아내와 함께 마늘을 심었다. 마늘 씨는, 지난 여름에 두 친구(금룡, 종일)와 함께 의성의 한 마늘 농가에 하루 마늘을 뽑아 주러 갔었을 때 얻어온 것으로, 며칠 전에 굵고 실한 것을 미리 쪼개어 골라 둔 것이다. 의성 마늘이라 한지형(寒地形)인데, 한 400쪽쯤 되려나. 그리고 가까운 불로(不老) 5일장에서 어제 사온 양파를 오늘 아침엔 혼자 심었다. 흰색 한 단, 자색 반 단을 심었으니 370여 포기쯤은 될 것이다.
심기 전에 인터넷에서 약간의 공부를 하여 열흘 전에 퇴비와 석회-고토 비료, 복합비료를 뿌렸었다. 퇴비가 부족하여 대신 비료를 조금 더 뿌렸다. 지난해엔 양파 모종이 사름을 못하고 말라 죽은 것이 많았었는데, 창녕에서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는 사촌동생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마늘과 양파는 심은 뒤에 물을 흠뻑 줘야 싹이 잘 트고 사름을 잘 한단다. 그래서 물을 많이 줬고, 오후에는 비까지 제법 내려 올해엔 마늘과 양파가 사름을 잘 할 것 같다.
모든 종류의 새싹들이 다 그렇지만, 마늘을 심은 초겨울 밭에 삐죽삐죽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은 정말 예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내가 마늘을 해마다 조금씩이나마 심는 것은 바로 그 새싹을 보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열흘쯤 후에는 그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