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아버지와 함께 해마다 송이를 따던 곳에서 수삼 년만인 지지난해에 송이 일곱 개를 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오랜만에 고향 동산의 송이를 보게 되어 얼마나 반가웠던지. 지난해에는 그 자리에 몇 번 가 보았으나 송이는 끝내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먼 앞바다로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서 비가 내리는 오늘 아침, 나는 다시 송이를 따던 그 산비탈로 가 보았다. 지지난해 활짝 핀 송이를 딸 때가 10월 14일이었기 때문에 올해도 난다면 날 때가 된 것이다.
그 송이구덩이(송이가 나는 곳을 우리는 싀이구디 즉 송이구덩이라 불렀다)에 이르러서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활짝 핀 송이의 갓 하나가 보였다. 가파른 비탈을 내려가 따고 보니 옆에도 몇 개 더 있었다. 지지난해에 비하면 9일이나 이른 데도 송이는 피어 있었고, 모두 여섯 개다. 올해도 이렇게 송이 구경을 하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되었고, 이 여섯 개만으로도 아내와 내가 애호박 썰어 넣고 끓여 맛보는 데는 충분하겠다.
어릴 적에는 송이를 참 많이도 땄었다. 아버지와 내가 나무를 한 짐씩 지고 산을 내려오다가 계곡에 지게를 받쳐 두고 송이구덩이에 올라가 보면 잔솔 밑이나 바위 옆에 수두룩이 나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송이구덩이의 위치만 가르쳐 주시고 나더러 송이를 따라고 하셨다. 아들에게 그렇게 송이 따는 법을 일찍이 가르쳐 주셨던 것이다. 아버지 가신지 10년이 넘었고 함께 송이구덩이에 가 본 지는 더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도 등성이 위에 아버지가 앉아서 송이 따는 이 아들을 지켜보고 계시는 것만 같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모님 산소에 들러 송이를 상석 위에 올려 놓고 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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