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참꽃을 심다

공산(空山) 2018. 4. 3. 19:23

고향 동산에 참꽃(진달래)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조금만 산 쪽으로 가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어버이 산소 앞과 뒤에도 몇 년 전에 심은 참꽃이 제법 어우러졌다.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만 나의 부모님도 생전에 무척 좋아하셨는데, 지금도 이승의 참꽃을 보고 봄이 왔다며 흐뭇해하실 것만 같다.

집 앞에도 작년에 심은 한 포기의 참꽃이 피었는데, 그것을 바라보다가 은근히 욕심이 생겼다. 집에 앉아서도 참꽃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고 이 산골 마을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이 볼 수 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산에서 십여 포기를 캐어 왔다. 집에서도 바라보이는,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의 바위 틈 여기저기에다 심고, 딴 데서 삽으로 흙을 날라 구덩이를 덮고 물을 주었다. 참꽃 보다 꽃이 늦게 피는 산철쭉(수달래)도 몇 포기 섞어 심었다. 그리고 이곳이 자생할 수 있는 고도(高度)의 최저 한계라고 생각되는, 훤칠한 키의 철쭉도 한 그루 캐어다 마당 돌담 앞에 심었다. 이 나무는 나중에 맞은쪽의 옻나무와 함께 빨랫줄을 맞잡고 서있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그저께 입산할 때는 명자나무 중에서도 꽃 색이 짙은 품종인 '흑광'도 한 포기 사 와서 담 밑에 심었었다. 지금은 나무를 옮기기에 알맞은 시기이고 내일은 또 비가 온다니 다들 사름을 잘 할 것이다.

 

텃밭 일기를 쓴다는 마당에 꽃 이야기나 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산골 마을에서나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니겠는가.

 

 

 

 

----------------------------------------------------------------

3년 후의 참꽃 모습 (2021. 3. 30.)

 

'텃밭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텃밭에서 새를 쫓아 주는 구렁이  (0) 2018.06.20
사토(莎土)  (0) 2018.05.21
춘설  (0) 2018.03.21
짱구가 돌아갔다  (0) 2017.11.11
짱구가 아프다  (0) 2017.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