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올리버

백조

공산(空山) 2017. 12. 16. 22:49

   백조

   메리 올리버

 

 

   넓은 물 가로질러

   무언가 떠

   오네가냘프고

   섬세한

 

   배, 흰 꽃들

   가득한

   불가사의한 근육들로

   움직이네

 

   마치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런 선물들을

   메마른 기슭에 가져다주는 것이

   감당하기 벅찬

 

   행복인 것처럼.

   이제 검은 눈을 돌리고,

   구름 같은 날개를

   가다듬고,

 

   암회색

   정교한 물갈퀴발을

   끌며 오네.

   곧 여기 닿겠지.

 

   오, 나 어떻게 할까?

   저 양귀비 빛깔 부리

   내 손에 닿으면,

   시인 블레이크의 부인이 말했지

 

   남편과 함께 있고 싶어요

   그이는 너무 자주

   천국에 있어요.

   물론! 천국으로 가는 길은

   평평한 땅에 있지 않아.

   상상력 속에 있지

   네가 이 세상을

   인지하는,

 

   그리고 네가 세상을 찬미하는

   몸짓들에.

   오, 나 어떻게 할까, 무슨 말을 할까,

   흰 날개들

   기슭에 닿으면.

 

 

   여러 해 전에 나는 스스로 세 가지 규칙을 정했다. 내가 쓰는 모든 시는 진짜 몸과 진정한 힘, 정신적 목적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시든 이 세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퇴짜를 놓고 다시 쓰거나 과감히 버렸다. 시 쓰는 일을 주된 활동으로 삼고 살아온 지난 40여 년 동안 나는 다른 조건들도 추가해 왔다. 나는 내 모든 시가 강렬함 속에서 쉬기'를 원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습들로 풍부해지기를 원한다. 지각으로 느낀 세계가 지적인 세계로 이어지기를 원한다. 지성, 인내, 열정, 기발함으로 산 삶(반드시 내 삶이어야 하는 건 아니고 공식적인 나, 작가로서의 삶)을 나타내기를 원한다.

   나는 내 시가 무언가를 묻기를, 그리고 그 시의 절정에서 그 질문이 응답되지 않은 상태로 남기를 원한다. 질문에 답하는 건 독자의 몫임이 작가와 독자 사이의 약속에 명시되어 있음을 분명히 해주기를 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내 시가 고동침을, 숨차오름을, 세속적인 기쁨의 순간을 담기를 원한다. (독자를 심각한 주제의 영역으로 유혹할 때에도 즐거움은 결코 하찮은 요소가 아니다.)

   「백조는 이런 몇 가지 특성을 갖췄다. 또한 비밀스러운유머도 갖췄다. 시를 시작할 때, 즉 그 시를 구상해 몇 줄 적을 때 백조가 아닌 기러기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기러기에 대한 시를 썼던 터라 그 시의 표현을 강화하며 내가 보고 있는 아름다운 새의 형상에서 기러기보다도 더 멋진 것을 창조해낼 작정이었다. 나는 그게 무척 재미있었고, 그래서 편안하고 즐겁게 묘사를 이어갔다. 그 사실은 독자에겐 알려지지 않겠지만, 내가 그런 기분 덕에 작품과 더 잘 어우러졌다면 나로선 전혀 놀라울 것 없는 일이며, 분명 그랬을 거라고 확신한다.

   형식은 문제가 없었다. 긴 문장을 짧은 시행으로 나누고, 약간의 앙장부망(enjambement, 앞 행의 끝 구절이 다음 행에 걸치어 계속 이어가는 기법)으로 움직임을 표현하면서도(백조가 움직이고 있으니까) 과하지는 않게 하여 시행들이 백조처럼 위엄을 지키며 과감하게 나아가도록 한다. 그리고 쉼표를 일부 생략한다. 이건 매끄러움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세상의 거의 모든 시가 지나치게 천천히 흐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다음에 일단 사실묘사가 이루어지면 독자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은 이유를 말하기 시작하고, 독자들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고 그것이 무엇일지 마음속으로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독자가 시의 화자가 되는 걸 막는 요소가 있어선 안 된다. 그것으로 끝이다. 마지막 행 기슭에 닿으면이 시의 핵심이다. 그건 종결이면서도 도착의 시점이기에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독자가 자신을 참여자로 느끼지 못하는 시는 건물 속 갑갑한 방에서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듣는 강의다. 내 시들은 모두 야외에서, 들판, 해변, 하늘 아래서 쓰였다. 마무리까지 되지 않았을지라도 적어도 시작은 야외에서 이루어졌다. 내 시들은 강의가 아니다. 중요한 건 시인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독자가 시가 던진 질문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백조는 기대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휘파람 부는 사람마음산책, 2015. (민승남 옮김)

 

 

봉무동에서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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