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댓잎들의 폭설

공산(空山) 2017. 9. 16. 21:29

   댓잎들의 폭설

   전동균

 

 

   눈 쌓인 금장리 참대밭

 

   휘어져, 한껏

   휘어져

   마침내 세상 밖으로 탈주할 것 같은

   이 팽팽한 떨림 속에

 

   휙,

   새 한 마리 지나가자

   순간, 있는 힘 다해

   눈을 터는 댓잎들

 

   제 몸을 때리며

   시퍼렇게 멍든 제 몸을

   제가 때리며

   참회하듯 눈을 터는 댓잎들은

 

   어찌 이리 맑은 빛을 내뿜는지

   어찌 이리 곧은 생을 부르는지

 

   속수무책, 나는

   갈 곳 없는 죄인이다

 

 

   ㅡ「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세계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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