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은산철벽(銀山鐵壁)

공산(空山) 2017. 9. 10. 12:18

   은산철벽(銀山鐵壁)

   전동균

 

 

   칼끝을 제 가슴에 겨누고

   용맹정진하는

   선방 수좌들은

   눈꺼풀이 세상에서 제일 무겁다고 한다

   눈꺼풀에 쏟아지는 잠이 제일 무섭다고 한다

 

   저잣거리의 먼지 속에

   묻혀 사는 나는

   숟가락이 세상에서 제일 무겁다

   삼시 세끼 숟가락에 담기는 밥이 제일 무섭다

 

   움푹 팬 하늘의 눈 같은

   숟가락 안쪽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슬픔이 비쳐오는지

   이 작은 숟가락에 담기는 밥 속에는

   얼마나 크고 깊은

   땅과 하늘의 숨소리가 젖어 있는지

   오늘도 밥상머리에서 마주하는

   숟가락 하나, 밥 한 그릇

   영원히 깨뜨려야 할

   나의 은산철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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