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거룩한 허기

공산(空山) 2017. 9. 10. 12:11

   거룩한 허기

   전동균

 

 

   피네스테레*, 세상의 끝에 닿은 순례자들은

   바닷가 외진 절벽에 서서

   그들이 신고 온 신발을 불태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는 청둥오리 떼 날아가는 미촌 못 방죽에서

   매캐한 연기에 눈을 붉히며

   내가 쓴 시를 불태운다

 

   ---------------

   *피네스테레(Finesterre) : 포르투갈의 지명. ‘산티아고의 길의 끝으로, 로마인들은 이곳을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다.

 

 

   — 「거룩한 허기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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