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허기
전동균
피네스테레*, 세상의 끝에 닿은 순례자들은
바닷가 외진 절벽에 서서
그들이 신고 온 신발을 불태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는 청둥오리 떼 날아가는 미촌 못 방죽에서
매캐한 연기에 눈을 붉히며
내가 쓴 시를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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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네스테레(Finesterre) : 포르투갈의 지명. ‘산티아고의 길’의 끝으로, 로마인들은 이곳을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다.
— 「거룩한 허기」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