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쉼보르스카
아이들에겐 첫번째 세상의 종말.
고양이에겐 새로운 남자 주인.
개에겐 새로운 여자 주인의 등장.
가구에겐 계단과 쿵광거림, 차량과 운송.
벽에겐 그림을 떼고 난 뒤 드러나는 선명한 네모 자국.
이웃들에겐 이야깃거리, 잠시 따분함을 잊게 해주는 휴식.
자동차에겐 만약 두 대였다면 훨씬 나은 상황.
소설책과 시집들에겐 좋아, 당신이 원하는 걸 맘대로 가져가.
문제는 백과사전과 비디오 플레이어,
그리고 맞춤법 교본이다.
앞으로 두 사람의 이름을 나란히 쓸 때 어떡하면 좋을지 적혀 있을텐데
접속사 '그리고'로 연결해야 하는지,
아니면 두 이름을 분리하기 위해 마침표를 사용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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