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철새들의 귀환

공산(空山) 2017. 2. 1. 20:40

   철새들의 귀환

   쉼보르스카

 

 

   그해 봄, 철새들은 또다시 너무 일찍 돌아왔다.

   이성(理性)이여 기뻐하라, 본능 또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음에.

   본능이 꾸벅꾸벅 졸며 방심하는 사이, 철새들은 눈 속에 추락하여

   어이없이 죽음을 맞는다.

   정교한 인후(咽喉)와 예술적인 발톱,

   건실한 연골과 진지한 물갈퀴,

   심장의 배수구와 창자의 미로,

   갈비뼈 사이의 가지런한 통로와 열을 지어 곧게 뻗은 근사한 척추,

   공예품 박물관에나 어울릴 듯 멋들어진 깃털,

   참을성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 부리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게

   지극히 황당한 죽음을 맞는다.

 

   이것은 애도의 노래가 아니라, 단지 분노의 표현일 뿐.

   눈부시게 깨끗한 순백의 천사,

   구약 성서 시편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

   땀구멍을 지닌 나는 연(),

   공중에서는 한없이 자유롭고 개별적이어서

   우리 손에는 도무지 잡히지 않는 무한한 존재,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대극에서처럼

   근육과 근육이 시간과 장소의 일치 속에 긴밀하게 이어져 있고,

   힘찬 날갯짓으로 환호를 보내는 경이로운 생물체가

   바닥으로 곤두박질한다.

   그러곤 바위 옆에 쓰러진다.

   바위는 자신만의 고풍스럽고, 소박한 태도로

   미수(未遂)로 그치고 만 무기력한 시도를 바라보듯,

   아무렇지도 않은 담담한 얼굴로 비둘기의 최후를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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