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쉼보르스카
그는 행복을 원했었다.
그는 진실을 원했었다.
그는 영원을 원했었다.
자, 그를 봐라!
현실과 꿈을 간신히 구별해낸다.
자신이 누구인지 기까스로 깨닫는다.
어류의 지느러미 같은 손으로 부싯돌을 부딪쳐
힘겹게 봉화(烽火)를 피워 올린다.
쉽사리 증오에 휩싸이는 존재,
공허한 웃음을 터뜨리기에도 미욱한 존재,
눈으론 그저 보기만 하고,
귀로는 그저 듣기만 한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어투는 조건문,
이성을 사용해서 이성을 비난해보지만,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둔감한 살집 외에도
그의 머릿속은 자유와 박식함,
그리고 존재로 가득 차 있으니
자, 그를 봐라!
눈에 보이는 엄연한 실체이기에
변방의 별빛 가운데 하나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나름대로 생기 있고, 꽤나 능동적인 그는
쓸모없는 수정(水晶)이 무력하게 퇴화하는 걸 지켜보며
짐짓 놀란다.
떼를 지어 다녀야만 했던 그 옛날, 힘겨웠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
이제 그는 진정으로 독립적인 개체.
자, 그를 봐라!
지금 이 순간이 비록 찰나에 불과할지라도 이대로 지속되기를,
깜빡이는 저 작은 은하수 아래서 끊임없이 빛을 발하기를!
미약하나마 이미 세상에 존재하기에
앞으로 무엇으로 탈바꿈할는지
희미한 윤곽이나마 드러낼 수 있기를.
그는 고집이 무척 세다.
코걸이를 걸고 있는, 토가를 걸친, 스웨터를 입고 있는
그가 고집불통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어쨌건 그는 애물단지.
측은하기 이를 데 없는 존재.
실재(實在)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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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가 - 고대 로마에서 시민이 입던 겉옷. 남자가 14세가 되면 성년의 표시로 착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