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내가이렇게외면하고

공산(空山) 2016. 12. 29. 21:09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날씨가 너무나 좋은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같은 넥타이를 매고 곻은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늬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짖인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작고 들려오는 탓이다.

 

 

   ―「여성35, 193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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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풍날씨- 바람이 잔잔하게 부는 날씨

   달재 - 달궁이. 쑥칫과에 딸린 바닷물고기

   진장 - 진간장

   작고 - 자꾸

 

 

백석 시인(1912~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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