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가마솥 걸기

공산(空山) 2016. 4. 15. 21:31

오늘은 마당 가 돌담 앞에다 가마솥을 걸 화덕을 만들었다. 옛집에서는 정지(부엌) 안에 가마솥이 걸려 있었지만 20년 전쯤에 양옥으로 집이 새로 지어진 뒤 아버지는 집 뒤뜰에다 화덕을 만들어 무쇠 솥을 걸어 쓰셨는데, 그 솥은 오래전부터 바닥에 금이 가서 물이 조금씩 샐 뿐만 아니라 녹이 슬고 무거워서 불편한 점이 많았었다. 가벼운 알루미늄 솥을 사 와서(호칭치수 50cm, 7만원) 뒤뜰이 아닌 앞마당 돌담 앞에다 화덕을 만든 것이다.
 
솥 크기에 맞춰 벽돌로 둥글게 쌓아올리고, 동산에서 찰흙을 캐 와서 벽돌 사이에 바르고, 마지막엔 시멘트를 물에 풀어서 발랐다. 시멘트를 바르지 않으면 아무래도 비에 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궁이의 쇠문은 녹이 많이 슬고 삭았지만, 아직은 쓸 만해서 옛것을 사용했다. 완성해놓고 보니까 그럴 듯하다.
 
아버지는 생전에 솜씨가 좋으셨다. 가지가 잘 생긴 소나무를 베어 두셨다가 지게를 만들어 이웃에 주시기도 하고, 노관주나무나 다래덩굴로 만든 코뚜레로 동네 송아지 코는 다 꿰어 주셨다. 짚으로 짜는 멍석이나 싸릿대 광주리도 잘 만드셨고, 톱이나 낫 같은 연장도 쓸고 갈아서 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셨다. 거기에 내가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솜씨의 일부는 물려받았다고 자부해 본다.
 
이제, 담 밖에 수북이 쌓여있는 가지치기한 나무들을 처리하며 가스비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가끔 많은 손님들이 올 땐 운치 있게 고기를 삶을 수 있을 것이고, 밭에서 꺾은 고사리도 여유롭게 익힐 수 있겠다. 그리고 바람에 이리저리 날려 다니는 가을 마당의 낙엽도 이 화덕에서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태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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