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겸 버섯 탐색을 해 보기로 했다. 먼 산에 갈 필요까진 없고 가까운 동산으로 향했다. 올해는 수년 만에 송이 풍년이라고 하는 데다, 높은 산의 송이가 끝물이라고 이웃집 형이 말하는 것으로 볼 때, 집 가까운 야산에도 송이가 난다면 날 때가 된 것이다.
내가 어릴 적에는 뒷산에 송이가 많이 났었다. 아버지와 나무하다가 지게를 받쳐 두고 송이가 날 만한 곳으로 가보면, 잔솔밭에 수두룩이 나 있던 것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싸리나무를 꺾어 만든 꾸러미에 송이를 가득 담아 나뭇짐에 얹어 집으로 오면 엄마는 맛있는 송이찌개를 끓여 주셨다. 그렇게 많이 나던 송이가 근년에 와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동안 소나무들은 너무 늙었고, 숲은 너무 울창해졌으며, 송이를 너무 샅샅이 따서 포자가 흩어질 겨를이 없는 등 몇 가지 원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송이를 내 손으로 따보지 못한 지가 8,9년은 된 것 같다.
한 등성이 넘어 계곡으로 접어들었을 때 비탈에 못 보던 버섯이 여남은 개 나 있었다.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전송했더니, 식용할 수 있는 민자주방망이버섯이라고 알려 준다. 일단 따서 비닐봉지에 넣고 계속 살피며 산등성이를 하나 더 넘었다. 그 산자락 끝엔 예전에 부모님이 부치시던 다랑논이 있었지만, 지금은 묵혀진 지 오래다. 아버지와 함께 송이를 딴 적이 있는 동향(東向)의 가파른 비탈에 이르렀을 때 활짝 핀 버섯의 갓이 눈에 띄었는데, 멀리서도 그것이 송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조금 아래쪽에도 서너 개 더 있어서 모두 7개나 땄다. 너무 늦어서 활짝 핀 것들이었지만, 포자는 많이 퍼뜨렸겠다.
오랜만에 송이 향기를 흠뻑 맡으며 송이 찌개를 먹으며 옛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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