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시스 잠

당나귀와 함께 天國에 가기 위한 기도

공산(空山) 2016. 3. 9. 19:51

   당나귀와 함께 天國에 가기 위한 기도

    

 

   오 주여, 내가 당신께로 가야 할 때에는

   祝祭에 싸인 것 같은 들판에 먼지가 이는 날로

   해 주소서. 내가 이 곳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낮에도 별들이 빛날 天國으로 가는 길을

   내 마음에 드는 대로 나 자신

   선택하고 싶나이다.

   내 지팡이를 짚고 큰 길 위로

   나는 가겠나이다. 그리고 내 동무들인 당나귀들에게

   이렇게 말하겠나이다 ― 나는 프랑시스 쟘.

   지금 天國으로 가는 길이지. 하느님의 나라에는 지옥이 없으니까.

   나는 그들에게 말하겠나이다 ― 푸른 하늘의 다사로운 동무들이여,

   날 따라들 오게나. 갑작스레 귀를 움직여

   파리와, 등에와, 벌들을 쫓는

   내 아끼는 가여운 짐승들이여……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이 짐승들 사이에서, 주여,

   내가 당신 앞에 나타나도록 해 주소서.

   이들은 머리를 부드럽게 숙이고

   더 없이 부드러워 가엽기까지 한 태도로

   그 조그만 발들을 맞붙이며 멈춰 섭니다.

   그들의 數千의 귀들이 나를 뒤따르는 가운데,

   허리에 바구니를 걸친 당나귀들이

   나를 뒤따르는 가운데

   曲藝師들의 차(), 깃털이나 양철로 만든 차를 끄는 당나귀들이

   나를 뒤따르는 가운데,

   등에 울퉁불퉁한 양철통을 실었거나

   물 든 가죽 부대 모양 똥똥한 암당나귀를 업고

   지친 발걸음을 옮기는 당나귀들이

   나를 뒤따르는 가운데,

   파리들이 귀찮게 둥글게 떼지어 달려드는,

   피가 스미는 푸르죽죽한 상처들 때문에 조그만 바지를 입힌 당나귀들이

   나를 뒤따르는 가운데,

   주여, 나는 당신 앞에 이르겠나이다.

   주여, 내가 이 당나귀들과 더불어 당신께 가도록 해 주소서.

   소녀들의 웃음 짓는 피부처럼 매끄러운

   살구들이 떨고 있는, 나무들 울창한 시내로

   天使들이 우리를 평화 속에서 인도하도록 해 주소서.

   그래 영혼들이 사는 그 天國에서

   내가 당신의 그 天國 시냇물에 몸을 기울일 때,

   거기에 겸손하고도 유순한 그들의 가난을 비추는 당나귀들과

   영원한 사랑의 투명함에

   내가 닮도록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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