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양계장집 딸 - 나희덕

공산(空山) 2016. 2. 10. 16:05

   양계장집 딸

   나희덕

 

 

   일어나자마자 닭장으로 달려가면

   아버지가 손에 쥐어주던 갓 낳은 달결로부터

   나는 따뜻함을 배웠다.

 

   분노를 배운 것도 닭장에서였다.

   부리로 상대의 눈을 쪼아대며

   어느 하나가 죽을 때까지 물러나지 않는.

 

   건넛마을 아파트에 달결을 팔러 가던 날

   친구를 만날까봐 언니 뒤에 비비 숨던 어느 대낮

   숨을수록 햇빛은 더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닭도 달걀도 별로 돈이 되지는 못했다.

 

   텃밭의 채소 몇 뿌리와 더불어

   무언가 기른다는 것이 아버지를 살게 하는 힘이었다.

   그 손에서 길러짐으로써 닭들은 아버지를 살렸다.

   종종거리며 아버지를 따라다니던

   양계장집 어린 딸의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다.

 

   결국 닭은 닭장 속에서 견디며

   우리 이대(二代)를 견디게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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