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악

天痴의 江아

공산(空山) 2016. 2. 4. 21:16

   天痴

   이용악

 

 

   풀쪽을 樹木을 땅을

   바윗덩이를 무르녹이는 열기가 쏟아져도

   오직 너만 냉정한 듯 차게 흐르는

   강아

   天痴

 

   국제철교를 넘나드는 武裝列車

   너의 흐름을 타고 하늘을 깰 듯 고동이 높은 때

   언덕을 자리잡은 砲臺가 호령을 내려

   너의 흐름을 선지피를 흘릴 때

   너는 초조에

   너는 공포에

   너는 부질없는 전율밖에

   가져본 다른 동작이 없고

   너의 꿈은 꿈을 이어 흐른다

 

   네가 흘러온

   흘러온 山峽에 무슨 자랑이 있었더냐

   흘러가는 바다에 무슨 영광이 있으랴

   이 은혜롭지 못한 꿈의 향연을

   전통을 이어 남기려는가

 

   강아

   天痴

 

   너를 건너

   키 넘는 풀 속을 들쥐처럼 기어

   색다른 국경을 넘고자 숨어다니는 무리

   맥풀린 백성의 사투리의 鄕閭를 아는가

   더욱 돌아오는 실망을

   墓標를 걸머진 듯한 이 실망을 아느냐

 

   江岸에 무수한 해골이 딩굴어도

   해마다 계절마다 더해도

   오직 너의 꿈만 아름다운 듯 고집하는

   강아

   天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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