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痴의 江아
이용악
풀쪽을 樹木을 땅을
바윗덩이를 무르녹이는 열기가 쏟아져도
오직 너만 냉정한 듯 차게 흐르는
강아
天痴의 江아
국제철교를 넘나드는 武裝列車가
너의 흐름을 타고 하늘을 깰 듯 고동이 높은 때
언덕을 자리잡은 砲臺가 호령을 내려
너의 흐름을 선지피를 흘릴 때
너는 초조에
너는 공포에
너는 부질없는 전율밖에
가져본 다른 동작이 없고
너의 꿈은 꿈을 이어 흐른다
네가 흘러온
흘러온 山峽에 무슨 자랑이 있었더냐
흘러가는 바다에 무슨 영광이 있으랴
이 은혜롭지 못한 꿈의 향연을
전통을 이어 남기려는가
강아
天痴의 江아
너를 건너
키 넘는 풀 속을 들쥐처럼 기어
색다른 국경을 넘고자 숨어다니는 무리
맥풀린 백성의 사투리의 鄕閭를 아는가
더욱 돌아오는 실망을
墓標를 걸머진 듯한 이 실망을 아느냐
江岸에 무수한 해골이 딩굴어도
해마다 계절마다 더해도
오직 너의 꿈만 아름다운 듯 고집하는
강아
天痴의 江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