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악

항구

공산(空山) 2016. 2. 4. 21:34

   항구

   이용악

 

 

   태양이 돌아온 기념으로
   집집마다
   카렌다아를 한 장씩 뜯는 시간이면
   검누른 소리 항구의 하늘을 빈틈없이 흘렀다

   머언 海路를 이겨낸 기선이
   항구와의 인연을 사수하려는 검은 기선이
   뒤를 이어 입항했었고
   상륙하는 얼굴들은
   바늘 끝으로 쏙 찔렀자
   솟아나올 한 방울 붉은 피도 없을 것 같은
   얼굴 얼굴 희머얼건 얼굴뿐

   부두의 인부꾼들은
   흙은 씹고 자라난 듯 꺼머틱틱했고
   시금트레한 눈초리는
   푸른 하늘을 쳐다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 가운데서 나는 너무나 어린
   어린 노동자였고-―

   물 위를 도롬도롬 헤어다니던 마음
   흩어졌다도 다시 작대기처럼 꼿꼿해지던 마음
   나는 날마다 바다의 꿈을 꾸었다
   나를 믿고자 했었다
   여러 해 지난 오늘 마음은 항구로 돌아간다
   부두로 돌아간다 그날의 羅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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