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악

다리 우에서

공산(空山) 2016. 2. 4. 20:59

   다리 우에서

   이용악

 

 

   바람이 거센 밤이면

   몇 번이고 꺼지는 네모난 장명등을

   궤짝 밟고 서서 몇 번이고 새로 밝힐 때

   누나는

   별 많은 밤이 되어 무섭다고 했다

 

   국수집 찾아가는 다리 우에서

   문득 그리워지는

   누나도 나도 어려선 국수집 아이

 

   단오도 설도 아닌 풀벌레 우는 가을철

   단 하루

   아버지의 제삿날만 일을 쉬고

   어른처럼 곡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