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끄저께 1월 28일 저녁부터 어제 30일 새벽까지 팔공산엔 눈이 많이 내렸다. 나는 밭에 몇 그루 서있는 복숭아 나무의 가지치기도 하고, 담 밖 느티나무 가지가 지붕의 기왓장에 닿으려고 해서 그것도 자르고, 지난번 혹한에 수도관이 얼어 터지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기도 하려고 추운 산가에 며칠 혼자 와 있었는데, 오랜만에 폭설에 덮인 고향 풍경에 몸과 마음을 푸근히 맡길 수 있었다. 펄펄 내리는 함박눈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뒷집 형(실제로는 먼 조카뻘)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고, 종종 하던 대로 나는 트럼펫을, 그는 팬플룻을 불며 함께 연습하였다.
어제 낮엔 뒷집과 앞집과 우리집, 이렇게 세 사람이 밀개와 삽을 들고 나와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의 눈을 치며 땀을 흘리고, 뒷집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 옛날 어렸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이웃이래야 숫자가 고작 이렇게밖엔 안 되니…